안방보험 파산 절차와 국내 보험사 매각
한때 자산이 2조 위안(약 380조 원)에 달했던 중국 안방보험이 본격적으로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안방보험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 계열사 소유여서, 그룹 자산 청산 과정에서 매각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우리금융의 인수 실사 완료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약 한 달간 진행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말 다자보험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두 생명보험사를 패키지로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실사를 마친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가격 베팅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실사 이후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안방보험 파산 승인과 다자보험그룹
최근 중국 정부가 한때 자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였던 안방보험에 대한 파산 절차를 승인하면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다소 유리한 시장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다자보험그룹은 중국 감독당국이 안방보험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안방보험 파산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후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다자보험과 안방그룹홀딩스가 보유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매각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이 인수에 조급함을 갖지 않는다면 '매수자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응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안방보험 청산이 자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안방보험은 2015년 동양생명을 1조 1,319억 원, 2016년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35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우샤오후이 당시 회장이 부패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면서 안방보험 자산이 중국 다자보험으로 이관되었고, 두 보험사는 다자보험 계열사가 되었습니다. 비록 안방보험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지만, 안방보험 파산과 다자보험 청산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와 우리금융의 입장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동조합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자본의 '먹튀' 행위를 비판하며, 우리금융에 고용안정과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우리금융은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보험사 M&A 과정에서 오버페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보험사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명확히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입니다.
국내 보험사 M&A 시장의 현황
국내 보험사 M&A 시장도 우리금융에 다소 우호적인 상황입니다. 지난해 KDB생명보험, 올해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등의 매각이 불발되면서 원매자가 귀해졌습니다. 지난해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하나금융도 최근 보험 자회사에 3,000억 원대 자금 수혈에 나서면서 보험사 추가 인수를 접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안방보험의 파산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보험사 M&A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나서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으며, 향후 M&A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리금융은 무리한 인수를 지양하며 신중한 접근을 할 계획입니다. 국내 보험사 시장의 향방은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