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비하여 삼성전자가 생산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를 대거 비축하고 있다는 소식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정부의 무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러한 추정이 뒷받침되고 있다.
7월 무역 통계: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수입 증가
중국 해관총서가 7일 발표한 7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수출은 118억 달러, 수입은 156억 달러로 총 38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으며, 이는 한국산 반도체의 수입 단가와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7월 대중 수출 동향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재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7월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114억 달러로,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특히 반도체는 7월 1∼25일 동안 중국에 32억 50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되며 작년 동기 대비 39.1% 증가했다. 정부는 이러한 수출 증가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서버 수요의 증가를 꼽았다.
홍콩을 통한 반도체 재수출 증가
또한, 한국산 반도체는 중국으로 직수출되는 물량 외에도 홍콩을 경유해 재수출되는 물량이 상당하다. 7월 한국의 대홍콩 수출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8% 증가한 18억 2200만 달러에 이르렀다. 6월의 대홍콩 반도체 수출액은 17억 9000만 달러로, 반도체가 대홍콩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중국 기업 간의 거래
삼성전자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와 거래한 글로벌 매출처 5곳 중 홍콩 테크트로닉스 인더스트리얼과 수프림 일렉트로닉스 등 2곳이 중화권 반도체 유통사로 확인됐다. 두 회사 모두 오피스 주소가 홍콩으로 기재되어 있어, 홍콩을 통한 반도체 유통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사재기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일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HBM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구매 러시는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으며, 올 상반기 삼성 HBM 반도체 매출의 약 3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결론: 중국의 반도체 수입 증가와 그 배경
이와 같은 통계와 보도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비해 삼성전자 등 한국산 반도체를 대규모로 비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AI 서버 수요 증가와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