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매출 증가를 보였다. 미중 갈등 여파로 지난 몇 년간 감소하던 중국 매출이, 반도체 업턴과 AI 수요 폭발 덕분에 올해 상반기에만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중국 경기부양과 AI 수요 덕에 급증한 매출
삼성전자의 2023년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매출액은 32조3452억 원으로, 전년 동기(17조8080억 원)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매출액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제품 매출이 포함되어 있지만, 반도체 부문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또한 상반기 중국 매출이 8조6061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8821억 원)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에서의 반도체 수요 증가와 경기부양책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발이 주도
특히 AI 관련 반도체, 그중에서도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매출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HBM은 고성능 AI 시스템에 필수적인 메모리 기술로, 최근 중국에서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HBM 수요 증가로 인해 D램 시장에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서버와 기업용 PC 교체 수요가 늘고, AI 기능이 탑재된 새로운 PC 출시 기대감도 매출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기록한 중국 매출액 32조3452억 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던 2022년과 2021년을 웃도는 수치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우려, 중국의 사전 수요 확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인 화웨이와 바이두를 비롯해 다수의 스타트업이 삼성전자의 HBM을 미리 대량 구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한 중국 기업들이 사전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부터 AI 관련 반도체 구매를 늘리기 시작한 중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HBM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HBM을 생산하는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있다. 하지만,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생산 물량이 대부분 미국 AI 기업들에 예약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삼성전자 HBM 수요가 더욱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반도체 수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중국 PC 제조업체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사들 사이에서 미국의 새로운 제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올해 2분기부터 D램 구매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추가적인 규제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