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으로의 매각이 진행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에서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이 이른바 '먹튀'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금융당국이 중국계 자본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졸속으로 승인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매각 추진 배경 및 현황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으며, 높은 은행 의존도에서 탈피하고자 비은행부문 진출을 서둘러 왔다. 우리금융의 1분기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89.7%로, 다른 금융지주사의 평균인 68.3%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는 중국 다자보험으로 지분 42.01%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는 중국 안방그룹이 33.33%를 보유하고 있다. ABL생명의 경우, 중국 다자보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1조 1319억원에 인수했으며, 2016년에는 ABL생명을 35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안방보험 총수가 부패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다자보험그룹이 설립되었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로 남아있다.
직원과 노조의 우려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 및 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제대로 된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이 경영 의지 없이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회사를 매각하려는 행위를 비판하며, 우리금융이 고객과 직원을 보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건 ABL생명 노조지부장은 "과거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인수 당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권고사직부터 정리해고까지 진행했다"며,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들이 희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고용승계와 고객 보호
노조와 공동대책위원회는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후에도 고용승계와 기존 단체협약의 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우리금융에게 고객 보호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중국계 자본의 인수를 속전속결로 승인한 것이 현재의 '먹튀'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8월 안방보험은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뒤 4개월 만에 승인을 받았다. 당시 졸속 승인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동양·ABL 매각대책위는 "보험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고객 보호 및 노동자들의 기본적 노동권과 고용 보장을 위해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우리금융의 보험업계 진출과 전망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고 합병하면, 생명보험업계 순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두 보험사의 자산 합계만 5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은 각각 32조 4402억원과 17조 4707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49조 9109억원에 달한다.
합병 시 우리금융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생명, NH농협생명에 이어 생명보험업계 6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결론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험사를 인수한 지주사들이 고용승계를 포함한 약속을 잘 지켜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2020년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당시 노조 측과 고용협약을 체결했고,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시 고용승계를 보장했다. 신한생명 역시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할 때 고용승계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할 경우에도 고용승계와 기존 단체협약 승계에 대한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전히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들은 과거의 사례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금융이 직원들과의 신뢰를 쌓고,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